죽고싶었다. 지금도 죽고 싶을 정도로 우울하다. 요안나 콘세이요 북토크를 놓쳤다. 좋아하는 작가이고 폴란드어를 쓰기 때문에 번역해주는 사람이 없다면 들을 수 없는 이야기와 사적인 그림들을 선택받은 50명에게 무료로 공개하는 시간. 기대하며 달력에 날짜를 표시하고 시간을 예약하고 컴퓨터에 알림을 설정했다. 평소대로라면 그 시간에 컴퓨터를 하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그런데 그러지 못했다. 오늘은 학교를 갔고, 갔다와선 낮잠을 잤고, 일어나선 밥을 먹었고, 아주 느리게 천천히 먹었고, 열시까지 먹었고, 침대에 누워서 거실에서 들려오는 티비 소리를 틀어막으며 오늘 배송 온 책을 읽었고, 그러다 갑자기 불안한 마음이 들어 9시간 만에 핸드폰을 봤는데 북토크 문자가 와있었다. ‘3시간 전’ 이라는 하얀 글..
야광별 김경후 별이 빛나지 않는 밤 별이 빛나는 방을 만든다 아득한 천장과 어둑한 벽 구석구석 문방구에서 사온 야광별들을 붙인다 이 별은 악몽을 위해 저 별은 불면을 위해 빨리 별이 빛나는 밤을 만들자 하지만 아무것도 빛나지 않는 별 가득한 방 별도 방도 잠 속에도 어둠만 기다랗게 뻗어나갈 뿐 야광별 설명서: 이 제품은 충분히 빛을 받지 않으면 빛을 내지 못합니다 130억 광년 떨어진 별의 누군가도 빛난 적 없는 지구와 빛난 적 없는 지구 위 나를 벽에 붙이고 영원히 기다리고 있을까 밤이 빛나길 빙하기 별똥별은 빙산을 가르고 떨어졌다 그 별은 지금 어느 어둠이 되었는가 깜깜한 야광별이 박쥐처럼 모여든 깜깜한 별밤 두 분을 부릅뜨고 벌겋게 빛을 찾아 헤매는 밤
도서관에서 빌린 책을 연체하고 있다. 상습 연체범인데 이젠 미안한데 미안하지 않으며 죄송스럽다. 이게 무슨 말이냐 하면 도서관 책은 어차피 아무도 안 읽으니까 (요즘 세상에 누가 책을 읽어) 안 미안하고, 하지만 사서 선생님의 성격이 꼼꼼하신 분이라면 나같은 연체자가 짜증나실 것 같아서 죄송하고 ,하지만 또 나만 연체자겠어? 나보다 더한 놈도 있을껄? (분실자나 훼손자 같은...) 생각을 하며 애써 합리화를 해보지만, 어쨌든 난 잘못한건 맞다. 그렇지만 갖다주기엔 내가 책 집착병이 있어서 읽어야만 책을 갖다줄 수 있는 병에 걸렸다. 책은 또 엄청 곱씹으며 읽어서 일주일에 한 권 겨우 읽는 정도다. 후.... 우리 집 앞 도서관에서 7월에 빌린 책, 작년에 근무한 학교에서 빌린 책이 방 구석에 쌓여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