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광별 김경후 별이 빛나지 않는 밤 별이 빛나는 방을 만든다 아득한 천장과 어둑한 벽 구석구석 문방구에서 사온 야광별들을 붙인다 이 별은 악몽을 위해 저 별은 불면을 위해 빨리 별이 빛나는 밤을 만들자 하지만 아무것도 빛나지 않는 별 가득한 방 별도 방도 잠 속에도 어둠만 기다랗게 뻗어나갈 뿐 야광별 설명서: 이 제품은 충분히 빛을 받지 않으면 빛을 내지 못합니다 130억 광년 떨어진 별의 누군가도 빛난 적 없는 지구와 빛난 적 없는 지구 위 나를 벽에 붙이고 영원히 기다리고 있을까 밤이 빛나길 빙하기 별똥별은 빙산을 가르고 떨어졌다 그 별은 지금 어느 어둠이 되었는가 깜깜한 야광별이 박쥐처럼 모여든 깜깜한 별밤 두 분을 부릅뜨고 벌겋게 빛을 찾아 헤매는 밤
장 박소란 누군가의 벗은 몸을 마주할 때면 멍에 가장 닿는다 등이나 허벅지의 구석진 곳에서 저도 모르게 치러지는 장례, 그 선연한 현장이 나를 이끈다 같이 밤을 보낸 이가 차려낸 아침상에도 한무더기의 시신은 떠오른다 애도를 기다리느라 잔뜩 핏발 건 고등어의 눈이나 찢긴 살갗으로 비어져나온 시금치의 부패한 내장 같은 것 양식인 척 과묵을 지키는 것 애써 태연한 얼굴로 한점 두점 질겅이다보면 잘못 쓴 무덤처럼 스멀스멀 입안에 붉은 물이 차오른다 길을 나서면 숨진 비둘기가 나를 반긴다 찢긴 날개를 움켜쥔 채 바짝 짓눌린 새, 새였던 그 무언가 난해한 자세로 안부를 건넨다 그럭저럭 지낸다고 나는 대꾸한다 상복을 입은 바람이 흠칫 곡을 멈추고 내 쪽을 돌아다본다 차들이 마구 달려들고 난데없이 공사장 벽돌이 코앞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