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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고싶었다. 지금도 죽고 싶을 정도로 우울하다. 요안나 콘세이요 북토크를 놓쳤다. 좋아하는 작가이고 폴란드어를 쓰기 때문에 번역해주는 사람이 없다면 들을 수 없는 이야기와 사적인 그림들을 선택받은 50명에게 무료로 공개하는 시간. 기대하며 달력에 날짜를 표시하고 시간을 예약하고 컴퓨터에 알림을 설정했다. 평소대로라면 그 시간에 컴퓨터를 하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그런데 그러지 못했다. 오늘은 학교를 갔고, 갔다와선 낮잠을 잤고, 일어나선 밥을 먹었고, 아주 느리게 천천히 먹었고, 열시까지 먹었고, 침대에 누워서 거실에서 들려오는 티비 소리를 틀어막으며 오늘 배송 온 책을 읽었고, 그러다 갑자기 불안한 마음이 들어 9시간 만에 핸드폰을 봤는데 북토크 문자가 와있었다. ‘3시간 전’ 이라는 하얀 글씨로.
돈때문에 돈을 벌려고 학교에 가서 시간강사를 해야하고 그러느라 집에 돌아오면 기빨려서 세시간은 낮잠을 자야한다. 왜 도대체 왜 나는 돈때문에 이짓거리를 계속 하며 포기해야하는 무언가가 생길까.
내 방의 책은 이제 꽂을 곳이 없어서 바닥부터 여기저기 높게 쌓여있다. 닫지 못하고 200개가 넘게 떠있는 인터넷 브라우저 창도 마찬가지다. 반납 하지 못하고 4개월 째 연체된 도서관 책도 그렇다. 해야할건 많은데 할 수 없다. 이건 조금 이따가 봐야지 미루고 미루다 점점 쌓여서 이젠 어떻게 할 수 없는 지경까지 왔다. 마치 집에 쓰레기 산을 만들고 살고있는 그런 사람이 되었다. 방에 불을 지르고 싶다. 나도 포함해서.
책을 냈음에도 당연하지만 생계를 유지할 수 없어서 다른 일을 해야만하고 그러느라 나를 돌보지 못하면서 돈버는 상황이 비참하다. 돈이 없어서 죽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