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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박소란
누군가의 벗은 몸을 마주할 때면 멍에 가장 닿는다
등이나 허벅지의 구석진 곳에서 저도 모르게 치러지는 장례, 그 선연한 현장이 나를 이끈다
같이 밤을 보낸 이가 차려낸 아침상에도 한무더기의 시신은 떠오른다
애도를 기다리느라 잔뜩 핏발 건 고등어의 눈이나 찢긴 살갗으로 비어져나온 시금치의 부패한 내장 같은 것 양식인 척 과묵을 지키는 것
애써 태연한 얼굴로 한점 두점 질겅이다보면 잘못 쓴 무덤처럼 스멀스멀 입안에 붉은 물이 차오른다
길을 나서면 숨진 비둘기가 나를 반긴다 찢긴 날개를 움켜쥔 채 바짝 짓눌린 새, 새였던 그 무언가 난해한 자세로 안부를 건넨다
그럭저럭 지낸다고 나는 대꾸한다 상복을 입은 바람이 흠칫 곡을 멈추고 내 쪽을 돌아다본다
차들이 마구 달려들고 난데없이 공사장 벽돌이 코앞에 떨어져 자주 걸음을 떨곤 하지만 나는 잘 지낸다고
석연치 않다는 듯 곁을 살피는 죽음을 외면하고 돌아온 다음 날이면 멍은 내게로 관을 옮긴다
멍든 자리를 잠시 쓰다음었을 뿐인데 어느새 속이 거멓게 타버린 날계란, 산 채로 화장당한 그것을 나는 또 잠자코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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