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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룸메는 벌써 나랑 산지 2년 사개월 일수로 치면 800일이 넘었다.
새벽에 잠 들때마다 햄스터 쳇바퀴 소리 들으면서 아 그래도 우리 해미는 쌩쌩하구나 느꼈는데 올해 2월부터 쳇바퀴 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는다.
딱딱한 사료도 잘 안 먹고 하루종일 자기 은신처 안에만 있는다.
2월 초에 배딩이 다 떨어져서 휴지를 찢어서 줬었다. 휴지에 먼지가 너무 많아서 아픈건가... ㅠㅠ
햄스터가 기력이 없으니까 너무 우울하고 어떡해해야할지 모르겠다.
정말 이기적이지만 햄스터가 8월까진 살아있었으면 좋겠다. 만약에 내가 학교에 붙어서 미국을 9월에 가게되고 그러면 해미와 어차피 헤어지니까 이별을 차라리 그때하면 덜 슬프지 않을까.
작년 여름에 해미를 방목하다가 오줌때문에 마루바닥이 썩어서 그 뒤로는 다시 가두고 키웠다.
못해준게 자꾸 생각나고 미안하다. 좁은 우리에 가둬놓으니 맨날 탈출하려하고 그랬었다.
지금 해미는 탈출 욕구도 없다. 모든게 축 처진 솜같다.
우리 해미 자랑을 하자면 드워프 햄스터임에도 오줌을 화장실에만 싸며, 털은 찹살떡마냥 전부 다 새하얗고, 나를 알아보고 아는척(손가락을 핥아줌) 해주는 정말 정말 똑똑한 햄스터다. 해미의 똑똑함에 대해서 말하면 긴데, 방목시기 후반부엔 책장 가운데에 바리케이트를 쳐서 햄스터의 공간과 내 공간을 나누었다. 그 불가능해 보이는 탈출을 지능적 방법으로 성공한 일화가 있다... 나중에 만화로 그려야지..
그리고 무엇보다 해미는 귀엽다. 펄임에도 불구하고 로보의 얼굴을 갖고있고 회색털이 하나도 없어서 정말 새하얗다. 그리고 손발은 핑크색인데 털로 뒤덮여있고 팔 다리는 짧고 코도 핑크고 눈은 항상 초롱초롱 흰자도 없이 다 검은색이다. 그리고 속눈썹도 엄청 길다.
사랑스러움의 결정체..
트위터에 로봇 애완동물을 갖고있는 사람을 봤다. 로봇은 적어도 죽을일은 없으니까 영원히 이별의 슬픔을 겪을 일이 없다. 만약에 햄스터같이 작고 귀여운 외모에 인공지능을 접합시켜서 햄스터 로봇을 만든다면 어떨까 생각해봤다. 하지만 그 로봇 햄스터는 해미의 흉내는 낼 지언정 해미가 항상하는 그루밍을 하진 못할것이다. 옛날 털이 빠지고 새 털이 나고 그 털을 매일매일 떡짐이 되지 않고 뽀송하게 하기 위해 자기 침을 묻힌 작은 털뭉치 손으로 그짧은 팔을 머리 뒤로 뻗어서 얼굴 앞으로 쓸어내리는 세수를 하지 않을 것이다. 왜냐면 로봇은 침이 없을 뿐더러 털이 빠지고 새로 나진 않을테니까... 그러면 내가 쓰다듬어주는게 쌓이고 쌓이면 로봇햄스터의 털은 어느순간 오래된 수면바지의 털처럼 뭉치고 때 탄 인형이 될거다. 그러니 살아있는 햄스터는 유일무이하고 인공지능 로봇, 인형이나 vr시대가 온다고 해도 대체 불가능하다.
해미 걱정에 한달만에 불면증이 다시 생겼다. 3월부턴 출근하느라 아침형 인간으로 살아야되겠지만 당장 잠을 자고싶은데 잘 수 없으니 걱정이다. 내일 아침에 잠깐 학교갔다가 오후엔 친구랑 만나기로했는데 잠을 못잔 다음날은 항상 얘기하다가 졸아버려서 정말 미안하다.